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정성스러운 음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늘 VIP. 줄을 서거나 기다리는 일은 없습니다. 바로 그들과 함께 하는 이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보영): 서영남대표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도 점심을 민들레국수집에서 국수 한 그릇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오시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방문하시나요?

서영남): 어르신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은 지난 4월 2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고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식사하러 많이 오세요. `150~200명 정도 오시고, 예전부터 운영해온 ‘VIP를 위한 민들레국수집은 (하루) 400분 정도 식사하러 오십니다.

김보영): 저희가 녹화를 하고 있는 이곳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데 아래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밥도 주시는 건가요?

서영남): 아이들이 불량식품 좀 사먹지 않게 집에서 간식 먹는 것처럼 간식을 해주다가, 엄마가 늦게 오시는 집 아이들은 저녁도 먹을 수 있어요.

1. VIP를 모시는 ‘민들레 국수집’

김보영): 10년이 넘었다고 들었는데요, 처음 왜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서영남): 제가 90년대 중반 옆 동네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기차길옆 공부방’이라고 해서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라는 책에 나오는 그쪽에 가서 봤다가 참 놀라운 것을 봤어요. 공부방을 운영하는 단비 아빠엄마가 얼마나 행복하게 보이는지 그게 좀 샘이 나서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동네 근처로 와서 살아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죠.

그러다 2000년도 수도원을 나오면서 이 근처로 이사와 살고 그러다 보니 국수집도 열게 되고 그렇게 되었어요.

김보영): 처음부터 이런 나눔 봉사활동을 결심하고 시작하셨나요?

서영남): 꿈도 안 꿨어요.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정말 배고픈 사람들과 밥 한 그릇보다 중요한 것을 나눠야 되겠다 생각해 국수집 하나를 차리게 된 것이죠

김버영): 대표님께서 항상 공간을 마련하고 밥을 주시는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자활 할 수 있게, 자립해서 성장할 수 있는 것을 도와준다는 측면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서영남): 왜 그런가 하면 사람은 정말 귀한 존재인데 조금만 도와주는 방법을 바꾸면 스스로 살 수가 있거든요. 사람이란 누가 도와줘서 잘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깨달을 때 변화가 됩니다. 그래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깨달을 수 있게 옆에서 약간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것 그 정도이죠.

처음 민들레 국수집 했을 땐 우리 손님들이 당신 살기가 바빠서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신경 쓰는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져요. 이 언덕에 겨울에 눈이 쌓이면 손님들이 식사하려 오셨다가 아무 조건도 없이 눈을 치워주고 쓸고 그렇게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김보영): 조금 전 보니 식당 앞에 식자재들을 놓고 가시기도 하시던데요.

서영남): 마음 착한 분들도 나누면서 스스로 또 변하고 그 다음에 도움 받는 분들도 스스로 나눠주고 생색내지 않는 분들의 마음 때문에 또 변하고 이렇게 되는 거죠. 사람이 변하는 게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데 국수 한 그릇 주는데 어떤 마음으로 주느냐가 둘로 나뉘는 것 같아요.

국수 한 그릇을 ‘옛다 배고픈데 쳐먹어라’하고 주는 것 하고 그렇게 주면 국수 한 그릇 먹으면서도 가슴에 상처가 10년도 더 갈 거에요. 나 무시하면서 줬다는 느낌 때문에 먹어도 살로 안 가죠. 그런데 그 똑같은 국수 한 그릇이지만 비록 차린 건 없지만 두 손으로 ‘드십시오 ‘하면 눈물 나게 고맙죠. 그래서 사람이 고마울 때 변하기 시작합니다.

김보영): 저희도 늘 이제 나도 가진 것 좀 나눠야지, 나눔을 실천해야지 이런 얘기들을 하거든요. 최근 저희 회사에서는 급여 1%를 좋은 일에 쓰는 그런 운동도 하고 있어요. 사실 실천하면서 마음속에는 ‘조금 더 내가 여유 있어지면 조금 더 시간이 있으면’하고 미뤄두곤 하거든요.

서영남): 보통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나도 여유가 있으면 나도 여유가 있을 때 어려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 돕겠다 하는 속셈은 죽어도 내가 안 돕는다 거든요. 나눈다라는 것은 무엇을 나누는가 하면 가난을 나누는 것이거든요, 여유가 있어서 부자가 되어서 나누는 게 아니라 내 가난을 나누기 때문에 아주 쉽습니다.

시인 김남주가 이런 시를 썼어요.

‘사랑만이 사과 하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둘로 갈라 나눌 줄 안다. 사랑만이. ’사과가 하나밖에 없어요. 내가 먹기에도 모자란대도 불구하고 사랑이 있으면 이것을 둘로 나눠 먹을 줄 아는 이게 사랑이니까 자기 가난을 나누는 것,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내 배고픔으로 나눠주는 것 그게 진짜 나눔이 되지요.

2. 봉사를 ‘소명’으로, 낮게 임하며 살아온 ‘서 영 남’

김보영): 포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서영남): 포항은 저희 큰 형님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셨어요 그래서 가족이 포항으로 이사 가서 어릴 때 살았고 포스코가 공장세우기 전에 그 자리에 수녀원이 있었거든요 거기서 놀기도 한 추억이 있어요.

저희 어머니가 94살이신데 지금도 전화 드리면 ‘착하게 살아라’고 당부하세요. 제 막냇동생이 신부님인데 막냇동생이 돌이 갓 지났을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7남매를 혼자서 어렵게 키우시면서도 화 한번 안 내시고 가난을 어려워하지 않으시고 그러셨어요.

저희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어릴 때 당신이 쌍둥이인데 쌍둥이 이모는 선내 어머니는 후내 이렇게 부르셨대요. 그런데 한번도 선내 언니랑 싸워보지를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못 싸웠는가 하면 누가 먹으라고 누룽지를 주면 반을 갈라서 조금 큰 것을 언니 주고 조금 작은 것은 내가 먹고 언니도 그랬대요.

반 나눠서 조금 큰 거 양보하면 0.1% 덜 먹으면 싸울 일이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 같아요.

김보영):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후 수사가 되셨잖아요.

서영남): ‘22살에 수도원 들어가겠다’하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시면서 춤도 추셨는데 뜬금없이 47살이 되어 수도원을 나왔으니 얼마나 상심하셨겠어요. 그런데 이번에 포스코 청암 봉사상을 받는다 하니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시고 친구들한테 자랑하신다 하고 그러셨어요.

김보영): 수사를 그만두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신가요?

서영남): 수도원에 들어가는 이유가 세상에서 살면서 예수님 좀 비슷하게 살려고 수도원에 들어가서 사는데 조금 고생스럽지만 참 재미있는 고생입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10년 20년 선배가 돼가고 하니 힘든 일을 하기가 참 어려워졌어요. 후배들이 다 뺐어 가버리고 선배님들은 가만히 계시라고 하니. 이거 고생하러 예수님 비슷하게 살아야 되는데 편히 살려면 재미가 없겠다, 가난한 사람들과 사는 것도 재미있겠다 해서 겁도 없이 세상에 나왔는데 이렇게 되었어요.

김보영): 교도소에 가시는 일도 계속 해오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서영남): 제가 수도원에 있을 때부터 교도소 다니는 일을 참 하려고 애를 썼고 학교 다니다가 시간 빼먹고 교도소 쫓아다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왜 그랬는가 하면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자기 잘못도 있지만 사회구조의 잘못도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 받지 못하고 관심 받지 못하고 하면 그렇게 돼요.

이분들 찾아 가서 함께 어울리면 많은 것을 느끼고 (그들이) 변하는 모습 보는 것도 행복하고 그렇죠.

3. 세상으로 번져가는 희망의 ‘민들레 홀씨’

김보영): 얼마 전 좋은 일도 있으셨잖아요. 포스코하고도 특별한 인연도 있으시고 상도 받으셨는데 받고 나서 처음으로 달려간 곳이 필리핀이었다고 들었어요.

서영남): 1988년 올림픽 때 필리핀 ‘라디오 베리따스’ 파견을 가서 2년간 살다 왔어요 필리핀에서 힘들게 있을 때 필리핀 친구들이 말도 잘 안 통하는데 따뜻하게 대해주고 고맙게 대해주고 했던 것이 항상 가슴에 남았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나도 필리핀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사실 꿈같은 일이었죠.

그런데 2011년에 제가 쓴 책(민들레국수집의 홀씨 하나)의 인세가 있어서 그 중에 10%를 ‘필리핀 가난한 아이들 공부하는데 보태자’하고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에 가서 전해드리고,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라고 하는 빠야따스(빈민촌)에 가서 가난한 아이들과 음식도 나누고, 다음부터 계속 도움을 주기 시작했죠.

작년부터 빠야따스에 가난한 아이들 104명(초등, 고등학생) 1년치 학비를 보냈고, 올해도 110명의 아이들에게 장학금과 선물을 주었고 포스코청암상 상금 덕분으로 (그 동안) 꿈꿔왔던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민들레 밥집’을 같이 나누고 싶다 해서 갔죠. 늦어도 내년 3월 전에는 오픈할 수 있도록 해봐야죠

김보영): 마지막으로 저희 포스코 패밀리 포스코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서영남): 얼마 전 제가 지곡동 성당에 가서 강의를 한번 한적이 있습니다. 30여 년 만에 포항을 갔었거든요, 옛날 지곡동은 정말 시골이었어요. 멋지게 변했더라구요.

정말 포스코가 패밀리가 되어서 어려운 사람들 다독여주고 함께 보살펴 주면 우리나라가 포스코 패밀리처럼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 보기 좋았습니다.

2013년 포스코 청암상 ‘봉사상’의 주인공 서영남. 그의 잔잔한 미소에서는 어려운 이들을 향한 사랑과 그의 든든한 어깨에서는 낮은 곳으로 임하는 소명을 봅니다. 민들레 홀씨가 되어 세상으로 번져갈 그의 헌신과 사랑에 아낌없이 마음을 보냅니다.